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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완결 작품이 생겼다.

소설 하나를 끝냈다.


갑자기 왠 소설이냐 할 수도. 그러게 말이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랬을까 싶다 나도.

어느 날 아침 정말로 나는 평범한 여느 때처럼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화장대 앞에 앉아 최소한의 예의를 위해 얼굴에 썬크림을 바르고 눈썹을 그리며 사람다운 모양새를 만드는데 집중 하고 있었고, 그 지루함을 달래줄 용도로 “하이 빅스비”를 외쳐 아침 일곱시 라디오 뉴스를 틀어놨었다.

거의 매일 반복되는 루틴한 행동들이다. 창작을 증폭 시킨 건 갑작스러운 버벅임이었다.

나와야 할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한참 나오지 않아서 답답한 마음에 휴대폰을 몇 번 두드렸다. 그런데 그 찰나가 너무 고요하고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거라. 참 이상했다. 왜 그날 따라 그런 기분이 들었을까?

나는 정말로 소설 속 주인공, 윤희처럼 그 찰나 동안에 이상한 상상을 했다.

어떤 여성이 있고, 지루한 출근 준비 중에 갑자기 재난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 그런데 재난으로 쭉 진행되는 게 아니라 갑자기 장르가 로맨스가 되고, 다시 스릴러로 전환하면서 장르가 바뀔 때마다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그런.

그날 나는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단 한번도 소설이라곤 제대로 써본 적도 없고, 배워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즐겨 읽지도 않는데. 아니, 심지어 나는 한 때 소설은 쓸모 없다고 생각해서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은근히 무시하기까지 했다. (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 소설을 읽을 줄 몰라서 그랬던 듯.)

그러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뇌리에 스친 이 이야기가 너무 흥미로운 나머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제미나이에 내 아이디어를 읊어 버렸다. 나 이런 스토리로 소설을 써보고 싶다고.

불행하게도? 나의 재미니는 인간에게 아첨하는 초기 버전 그대로라, 나에게 객관적이고 비판적 사고 대신 꿈과 희망만을 심어주었다. 정말 재미있고 독보적인 스토리라고.

재미니의 칭찬에 힘입은 나는 더 많은 아이디어들을 술술 내뱉기 시작했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은, 이 상상을 소설로 옮겨 쓰는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로 끝난다고. 사실상 소설의 큰 틀은 이미 이 아이디어를 낸 첫날에 완성된 셈이다.

그 이후부터는 세세한 인물 설정, 회차별 플롯 등을 설정했는데. 왠 걸? 나 여기에 재능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만드는 게 재밌는 거라. 원래도 인간 심리에 관심이 많아서 집에 심리 책이 여러 권 있고, 최근에 완독한 책도 프로이트 관련된 책이어서 도움을 받은 것 같다.

특히 김혜란의 인물 설정 때는 그당시 나는솔로에서 빌런으로 욕을 먹던 여자 출연자의 특징적인 면모를 조금 담기도 했는데, 내가 원하는 그림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서 여러번 갈아 엎기도 했었다. 괄괄한 느낌에서 차갑고 냉정한 느낌. 그에 따라 외모 표현도 계속 바뀌었고.

어쨌든, 이런 인물 창작 과정이 나로 하여금 정말로 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도 했다. 내가 어떻게 쓰는 지에 따라서 인물들의 말투나 생김새, 앞으로 나아갈 이야기가 달라졌다.

초반에 내가 인물들을 탄생 시킬 때까지는 인물들에 자아가 없어서 작가로서 이야기를 만드는데 꽤나 머리를 써야 했는데. 인물들의 성격이나 행동 묘사들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나자, 작품 속에서 인물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게 바로 메소드 글쓰기;;?…

소설을 쓰기 시작하면서, 워낙에 아는 게 없는 지라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쓰나 싶어서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소설을 읽어 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운 좋게 접한 앱이 “밀리의서재”다.

팀장님이 업무상 미팅으로 밀리의서재 직원과 미팅을 하고 명함을 받아오셨는데 그 명함 한 장이 밀리 1개월 구독권이었던 거다. 마침 소설을 쓰면서 다른 소설 작품에 갈증을 느끼고 있던 터라 그거 한 장을 얻었다.

유료 독서 앱이라니. 지금까지는 돈이 아까워서 생각도 안하던 구독이었다. ott는 구독할지언정, 책을 구독할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얼떨결에 접한 밀리의 서재는 그야말로 황금돼지 그 이상이었다. 최신 책은 물론이고 내가 한 번쯤 읽고 싶었던 책들을 무제한으로 아무 때나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밀리로드 공모전이라는 흥미로운 소식까지 접했다. 소설을 쓰고 있던 나에게 이런 공모전은 내 소설을 평가받기 위한 좋은 무대였다.

어쩌다 밀리의서재까지 이어져 왔는지 모르겠다. 일기를 쓰면 항상 이렇게 되더라.

돌아와서, 소설을 브런치와 밀리로드에 연재를 했고. 8월 초, 완결까지 하게 되었다. 쓰면서도 내가 이 이야기를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고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 의심했었다.

한번도 해본 적 없었으니까. 나를 못 믿었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그냥 계속 하니까, 됐다.

그리고 나는 지금 바로 다음 작품을 만들고 있다. 사실 소설을 쓰기 시작하니 주변의 모든 것들이 소재로 보이고 (내 첫 소설 주인공 윤희와 마찬가지로) 그냥 지나치는 생각도 흘려보내는 법 없이 메모장에 잡아두게 됐다.

작은 생각 하나가 거대한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생긴 버릇이다.

그리고 이제는 소설을 왜 읽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됐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타인의 세계를 깊이 있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폭이 말도 안되게 깊어지고, 이 이해심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 역시 넓힌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질문하고 판단하려면 소설은 이제 자기계발 책이나 전공 서적보다도 더 중요해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 세 달 간 소설을 썼더니, 나도 모르는 새 문장력도 좋아지고 늘 틀리던 띄어쓰기 버릇도 고쳐지고. 기술적인 부분도 좋아졌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내가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는 것.

종이책만 책이라고 생각하던 때엔 그 종이책을 1년에 1권 읽기도 힘들었는데 밀리의서재를 만나고 나서는 한달 3권을 이미 완독했고, 흥미로운 7권의 책들을 틈틈히 읽고 있다. 수시로 책을 펼칠 수 있으니 전자책, 이렇게 좋은 거였나 싶고. 또 한 번 편협하고 고집스러웠던 내가 싫고.

돈주고 사 읽을 때는 진짜 도움되는 기술책 위주로만 봤는데 구독하는 동안 무제한이니 가벼운 소설부터 기술책, 어려워보였던 고전명작, 어릴 때 읽었던 베르나르베르베르 소설까지 독서의 폭 역시 넓어졌다.

이 기세 몰아서 앞으로 더 글을 가까이 해봐야겠다. 내게 이런 재능이 있었다니, 그리고 창작의 즐거움이 바로 이런 거였지 싶은 요즘이다.

나는 완결한 소설이 있는, (내 가족만 인정하는 ㅋㅋ) 소설가다.

첫 소설, “출근길이 장르 아니면 뭔데”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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