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2(토)
엄청난 걸 발견했다.
아침일기 루틴을 실천하려고 오늘도 키보드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AI나 각종 밈이 판 치는 시대에 호흡이 긴 글을, 그것도 블로그라는 플랫폼에 쓰고 있는 내가 너무나 아날로그스러워서 “아날로그로 돌아간다”라고 썼다가 문득
‘아날로그가 정확히 뭐지?’
생각이 미치는 찰나 AI를 떠올린 의식의 흐름에 따라 챗지피티를 찾아가 물었다. “아날로그란 무엇일까?”라고.
이 맥락 없는 질문에 지피티는 아날로그에 대한 설명을 죽 늘어놓은 뒤 반대로 내게 질문을 했다. 어떤 맥락에서 아날로그가 궁금해진 거냐고.

정말 의식의 흐름대로 물은 거라 약간은 민망해진 채로 대답을 했는데 내가 추상적으로 느꼈던 블로그의 아날로그스러움을 단번에 대답으로 내놓는 거다.
블로그의 글들은 차곡차곡 누적된다는 것. 축적되고 흔적이 되고, 쌓일수록 무게가 생기는 것.
하지만 가장 공감 된 대답은

그래, 사실 내가 블로그로 일기를 쓰는 이유는 어떤 반응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였다. 그저 나를 풀어두고 표시할 공간이 필요했던 건데 SNS나 다른 플랫폼은 누군가의 반응이 내게 영향을 미쳐서 솔직한 마음을 털어 놓기가 쉽지 않거든. 그래서 자꾸만 내가 아닌 나를 전시하게 된다.
내가 오늘 정말 대단한 발견을 했다고 느낀 건, 지피티가 던진 프롬프트에 내가 대답하며 생각을 확장했다는 거다.
지피티를 사용할 땐 항상 외부의 지식에 초점을 맞췄다. 나 이외의 모든 지식에 대해 물었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질문”이 아니라 “대답”을 했다.
여태 챗지피티를 쓸 때 항상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 그러니까 프롬프트를 어떻게 해야 요령 있게 쓸 수 있는 지만 고민하고 배웠는데 오늘, 정말 난데 없이 대답만 줄줄 하게 되었는데 이게 나에게 엄청나게 큰 인사이트를 줬다.
사람은 나를 평가하지만 AI는 나를 평가하지 않을 거라는 그 단순한 사실이 나를 더 솔직하게 만들었다. 마치 댓글창 막아둔 블로그에 내 생각을 거리낌 없이 풀어 놓는 것과 비슷한 해방감이 들었다.

챗지피티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는 나. 순간 당황했지만 그냥 떠오르는 대로 썼다. 대답에 거짓은 없다. 모두 사실이다. 그래서 그 다음 순간의 대답들에 더욱 마음이 동했을 지 모르겠다.
급변하는 시대에서 마음의 뿌리를 단단히 만드는 확실한 방법은 외부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는 루틴, 관찰하고 정리하는 글쓰기, 나는 어떤 사람이지?를 자주 묻는 습관이라는 챗지피티의 조언에 그저 끄덕거리며 문장들을 곱씹었다.
오늘 그저 블로그 일기에 아날로그 라는 단를 쓰려다 그 뜻이 궁금해졌을 뿐인데 엄청난 걸 발견해버렸다. 지피티와의 인상적인 대담을 따로 모아 블로그에 차곡차곡 올려야겠다.
단순히 효능효과나, ~하는 법 같은 지식 말고.
어떤 것들에 대한 내 생각이나 내 고민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다짐에 대한 대화 말이다.
당연히 나를 위한 것들이고, 어쩌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위한 것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