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27(토)
제목 아래에 날짜를 입력하면서 새삼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나는 이제 서른 일곱 살이구나.
청년이라기엔 서울 자가도 있고, 직급도 차장이라서 졸라 기득권 같고. 그렇다고 중년이라기엔, 초고령화 사회 기준으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느낌이고.
애매하다 삼십대 후반. 아마 사십초반까지는 계속 애매한 느낌으로 살 것 같다.
청년도, 중년도 아닌 꼽사리 느낌으로.
영뽀티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게, 나도 영뽀티 새싹으로써 옷 취향은 여전히 이십대 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거든.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이제 연애 감성은 요새 20대들이랑 다른 것 같긴 함.
로맨스 콘텐츠를 보더라도 이제는 십대, 이십대들의 좌충우돌 설렘폭발 연애 이야기 보다 현실적인 형태의 사랑 이야기에 더 마음이 동한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나, “이터널선샤인”, “블루 발렌타인”, “우리도 사랑일까”, “먼 훗날 우리” 같은 것에 끌린다. 사랑의 달콤함 보다는 관계의 민낯, 사랑이 남기는 온기 보다는 상처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지속하는 사랑 이야기에 조금 더 몰입이 된다.
그러면서도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여전히 혈기왕성 해야 하고 중후하지만 진한 남성미는 풍겨야 한다며. 음. 근데 이거 어릴 때도 비슷한 취향이었던 듯. (어른남자 느낌 굿,,)
어제는 뉴스를 보는 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남자애가 프로 농구선수로 지명 당했다며 인터뷰를 하더라고. 가만 보는 데 너무 자연스럽게 ‘아들 잘 키워 놔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들짝 놀랐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어리고 풋풋한 애들을 보면 나와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을 거라, 동 세대라 인지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저 어린 친구를 나와 비슷한 또래가 아닌 자식뻘에 더 가깝게 인지하고 있는 것 같아서.
2025년 1월에는 서른 여섯이 된 기념(?)으로 써마지를 받았다. 첫 레이저 시술이었는데 사실 그렇게 효과가 있는 지 체감을 못하겠더라. 써마지도 써마지인데 내가 열심히 운동하고 관리해서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은 느낌이랄까.
내년에는 어느 순간부터 너무 거슬리기 시작했던 여드름 흉터들을 치료하기로 했다. 이십대와 삼십대 초반의 흔적들이라 이게 나름 젊었을 때의 흔적(?)이라 생각하면 조금 아쉽나 싶긴 한데 그냥 세월의 흔적이라 생각하면 그냥 다 없애고 싶다.
어렸을 땐 구멍 뚫린 모공 흉터 봐도 ‘뭐 어쩌라고. 이미 이렇게 됐는데’ 하면서 잘 살았는데 왜 나이가 들수록 그 전엔 신경 쓰이지 않던 게 더 보이는 걸까?
아마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내 신체가 계속 다운그레이드 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자꾸만 노력으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부분을 자꾸만 찾는 것 같다.
근육 운동을 계속 하려는 이유도 그렇고, 화장품에 돈을 들이는 이유도 내가 노력해서 시간에 빼앗기지 않는 젊음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의 서른 일곱살은 어떨까.
내년에도 도파민 도는 일들이 있었으면. 35세는 그게 운동이었고, 36세는 이사였다. 37세는 뭘까.
꼽사리 꼈다고 가만히 있지 않고, 삼십대 후반을 알차게 채우고 싶은 나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