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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을 돌아보며: 해갈, 다시 갈증

2025.12.28(일)

늦잠을 잤다. 매년 연말이면 느끼는 거지만, 연말은 정말 한껏 늘어지는 기분.

원래도 에너지가 막 솟는 타입은 아니어서 매일을 해야만 하는 일을 해내는 걸로도 진이 다 빠진다. (난 정말 워킹맘이 존경스럽다)

오로지 책임감과 아주 소량의 성취감으로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가 연말이 되면 연차를 몰아 쓰고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나에게 주는 편.

그걸 스스로도 알아서 인지 연말이 되면 꼭 이렇게 생체리듬이 평소보다 늘어진다.


이사 이후 각 잡고 미라클모닝 한 적이 손에 꼽는다.

메타인지를 발동해 나를 되돌아봤을 때, 아무래도 이제는 덜 배고픈 것 같다.

이전 집에서는 새벽 네 시고, 다섯 시고 정말 독기 가득하게 눈 뜨고 일어나서 공부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그 덕에 지금까지 자그마한 내 온라인 공간을 일궜는데.

그때는 배고픔이 확실히 있었다.

직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 이 집보다 더 나은 집으로 가고 싶다는 열망, 언젠가 나 스스로 독립해서 개인적인 일을 꾸려보고 싶다는 욕망. 그 모든 것들이 매일 새벽마다 내 눈을 뜨게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일찍 열망하던 조건의 집으로 오게 되었다. 사실 이 다음을 생각하면 나는 더 더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더 나은 집’은 어느 새 저 너머의 세계로 멀어져서 아예 시도조차 하기 어렵게 됐다.

집 갈아타기는 여기에서 만족하기로 한 것이다. 아마도 ‘내 인생에서 이 보다 더 비싼 집을 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집을 업데이트 하는 것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금융 자산을 모으고 회사 외의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하지만 재테크도, 부수입을 창출하는 일도 올해는 집중하지 못했다. 크고 작은 이벤트가 많았다.

사실은 변명이고.

간절하지 않았다. 나는 뼛속부터 직장인이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을 정해 놓고, 그 이상 하려 하지 않는다. 삶에 이벤트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일이 많아지면 금세 다른 덜 중요한 것들을 놓아 버린다.

그렇게 놓아 버린 블로그였다.


그래도 올해는 잘 마무리한 것, 해낸 것, 이겨낸 것, 시도한 것들이 꽤 많다. 블로그와 미라클모닝에 소홀했다고 자책하기엔 2025년에도 너무나 열심히 잘 살아냈다.

1~3월, 이사를 결심하고 집을 내놨다. 부동산을 찾았고, 대출을 알아보며 올해 이사의 씨앗이 되는 행동을 옮겼다.

4월 갑작스러운 회사의 조직개편으로 새로운 팀장님과 일하게 되었고, 그 덕에 전혀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하게 되면서 내가 하는 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여전히 헷갈리고 힘들지만 그래도 할 줄은 알게 되었다. 엄청난 성장이다. 회피하지 않았기에 얻어낸 나의 소중한 경력이다.

5월 아빠의 환갑 잔치, 동생의 결혼 이벤트가 있었다. 무려 30년이 넘게 꾸준히 성실하게 사회생활을 해 온 아빠의 정년 퇴직. 다른 나라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동생의 새 출발이 있었던 달이다. 이사 준비로 한참 바빴지만 절대 소홀할 수 없었던 이벤트들.

6~7월 이사 준비, 진짜 정말 힘들었다. 기존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사서 들어가는 일. 생각보다 집은 빠르게 팔렸다. 그 덕에 저렴하고 마음에 드는 새 집 매물을 잡을 수 있었다. 무정부였던(?) 3월에 계약을 하고 그 사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고 나는 쫄렸다. 대출과 이사 갈 집에 대한 인테리어를 정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 와중에 새롭게 맡은 일에 대한 부담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삿날엔 탈이 났고 일주일이 넘게 입술 포진으로 고생을 했었지. (7월엔 첫 인솔자 출장도 있었다. 홋카이도…)

8월~9월 평화로운 두 달. 올해의 큰 이벤트를 줄줄이 쳐내고 마침내 평화를 찾은 달이었다. 푸르른 녹음이 무성한 새 집 창밖 뷰를 감상하고, 신축 집의 스마트함에 반해서 집을 즐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모님도 초대했다.

10월 추석이 있었다. 외할머니를 초대해 온 가족이 우리집에서 추석연휴를 보냈다. 집이 넓으니 모든 게 편했다. 할머니와 부모님에게 나의 잘 사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무척이나 뿌듯했다.

11월 출장이 있었다. 인도네시아 마나도와 12월 초 호치민 출장. 특히 호치민 출장은 처음으로 내가 A부터 Z까지 신경 쓴 행사라 더 감회가 깊다.

12월 한해가 저물었다.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올해는 나에게 집중했던 한 해이기 보다는 외부의 변동성에 대응하느라 바빴던 한 해였던 것 같다.

내년에는 내실을 다지는 한 해가 되기를.

나의 이사로 해갈을 느끼기도 했지만 다른 갈증을 찾아서 내년에는 또 다른 성장을 일구고, 삶을 단단하게 다지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오늘의 일기는 한 해를 돌아 보는 것으로 마무리를 해본다.

일단 내년에도 펠리컨적 사고로 “일단 시도함”

☀️아침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