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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눈 뜨자마자 돈을 쓴다

2026.01.04(일)

새해 효과인 것 같다. 자꾸만 ‘새해이니까’ 하는 합리화로 나를 위한 돈을 아낌 없이 쓴다.

엊그제는 식단조절용 간식을 잔뜩 샀다.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 전 에너지 보충에 도움 되는 간식들을 구매했다.

오늘 아침은 모공 타이트닝에 효과적이라는 광고 글을 엄청 열심히 읽다가 무려 2+2 세트로 9만 6천원을 결제했다. 미쳤다.

삼십대 초반만 해도 돈 애낀다고 쉽사리 행동에 옮기지 못했을 것 같은데 이제 뭐 십 몇 만원 내외는 크게 쫄지도 않는다.

수 년 동안 간덩이가 부은 것이다.

아마 더 이상의 큰 돈이 들어갈 일이 없다고 느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고, 또 여지껏 쉬지 않고 벌고 있으니까 그 덕에 여유가 생긴 탓도 있겠지.


나는 여전히 열심히 살고 있지만, 그 열심히의 방향이 다른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코로나 시대를 살던 삼십대 초반은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에 미래를 대비하는 행동을 할 때 외에는 현실이 늘 무기력했다. 피부가 망가지고, 살이 푹푹 쪄가는 동안에도 당장 내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그것들이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였대도 외면했다.

덕분에 그 시기에 기억나는 추억(?)이라곤 아래와 같은 것들 뿐이다.

  • 갑작스러운 사고로 병원에 입원한 엄마 간병하기(이게 의외로 지나고 보니 추억이 되더라. 다 크고 나서 엄마랑 하루 종일 그렇게 붙어 있던 적이 없다. 나 역시 코로나로 휴직이었기에 가능했던. 지금 생각하니 타이밍이 정말..)
  • 남편이랑 매일 밤 11시에 야식 먹기
  • 남편 출근하면 거실 소파에 누워서 낮잠자기
  • 맨날 틱톡 보기. (이때 내가 틱톡 시작했다면 나 지금쯤 틱톡커 됐을 지도;)

말고 없다.

그때는 블로그할 생각도 못하고 갑자기 생긴 공백에 망연자실 그냥 멍만 때렸던 것 같다.

지금 돌아간다면 블로그나 글을 쓰거나 그런 활동들을 진짜 빡세게 했을 것 같은데. 피부 관리도 눈치 안보고 레이저나 이런 거 다 받고.

하긴 근데 그때의 난 마스크 벗는 게 무서워서 병원도 안 갔었다. 피부관리도 안 받았을 듯.


쓸모없는 과거 회상을 하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나는 올해 37살. 만으로는 아직 35살.

지금 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본다. 만으로 35살이라고 하니까 아직 젊게 느껴진다.

내 스스로도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나 자신한테 투자한 만큼 내가 이전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걸.

단순히 여유가 생겼다고 돈을 써 댈 순 없다. 내가 그 정도로 벌진 못하기 때문에.

그러니, 나에게 자꾸 기회를 주는 나를 위해 돈이 아깝지 않게 스스로 단도리를 잘해야겠다. 힘겹게 번 돈 그냥 공중에 흩뿌리면 안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어제 쿠팡에서 구매한 mct오일 초콜릿을 먹고 웨이트를 조져야겠다.

나이들수록 최고의 자기관리는 근육 운동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운동하면 술도 덜 마시고, 잠도 잘 오고, 피부도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지고, 옷 핏도 잘 받고, 성격도 좋아진다. 갓성비 미쳤음.

☀️아침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