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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크부부, 관계의 텐션을 유지하려면… (부제: 부부 데이트)

늘 집에 있다 보면 괜히 일상이 권태로워질 때가 있다.

아이가 없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높아진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래서 게을러지기도 쉽다. 매일 보는 그 얼굴, 데이트가 아니어도 한 공간에 같이 있으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건 참 좋지만 그래서 지루하다.

이 사람과의 관계가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이 관계가 당연하다고 착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혹 나는 이 감사한 편안함을 지나치게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래서 가벼이 취급하려고 할 때가 있다. 고마운 줄 모르고 지루하다거나 그딴 생각과 감정들을 남편한테 가끔 티를 낸다는 말이다.

그래서 가끔 나는 야외 데이트를 제안한다. 거의 대부분 내 위주로 짜는 편이지만, 태생이 별 계획이 없고 남 의견을 존중하고 따르는 데에 거부감 없는 남편은 언제나 내가 제안하는 것에 오케이를 외치는 편.

가만 보니 나와 남편은 정적인 취미 활동에는 둘 다 취미가 없다.

코로나 전에 기회가 많아서 그렇게 열심히 전시와 박람회를 보러 다녔는데 남편은 거의 꾸역꾸역 보는 느낌이었고, 나는 리뷰 쓰러 숙제 하러 가는 느낌. 다녀오면 뭔갈 느끼고 좋아야 하는데 남편은 그냥 “다녀왔다!”가 전부고, 나는 블로그 후기를 써야 한다는 부채감에 더 괴로웠다.

그렇다고 전시를 감상할 때 특별히 더 좋았냐? 그렇지도 않았다. 생각만 많아지고. 남편은 배만 고파하고.

그래서 산으로 갔다.

오랜만에 찾은 인왕산. 삼일절이었고, 날은 흐렸다. 조상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찾은 인왕산. 여전히 사람은 많다.

남편은 자기 몸을 잘 챙긴다. 산에 간단 소리에 열 보호를 위해 모자에 넥워머까지 꽁꽁 챙겨 왔다. 힘든 기색이 역력하다.

그래도 정상에 다다랐을 때 탁 트인 전망을 감상하며 후끈해진 몸에서 베어 나온 땀을 식히는 이 순간이 등산의 하이라이트다.

가방에 챙겨온 생수 한 병을 두 모금 씩 나눠 마시고, 유통기한이 임박한 초코케익을 와앙 베어 물며 당 충전을 했다. 여전히 숨은 차고 겨드랑이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 같지만, 기분은 상쾌하다.

어차피 다시 내려가야 할 산을 힘겹게 올라온 것이 뭐가 그리 행복하고 기분 좋을까 싶지만, 그냥 탁 트인 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내 두 다리의 근육을 느끼며 오르막을 한 걸음씩 올라오는 그 행위 자체가 기분 좋게 만든다.

심장이 쿵쾅거리면서 온 몸 끝으로 피가 펌프질 되는 것이 느껴지고, 이 건강하고 즐거운 취미를 같이 즐겨주는 남편이 괜히 더 든든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가파른 바윗길에선 행여나 내가 미끄러지거나 넘어질까봐 내 손을 부여 잡아주려 애쓰는 남편을 보면 잊고 있었던 연애 감정이 솔솔 피어오른다. 내가 그렇게 소중해? 하면서.

달달 거리는 다리,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도착한 곳은 토속촌삼계탕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삼계탕 집이라고 해도 무방한데, 나와 남편은 모두 여기가 처음이다. 나는 말만 엄청 들어봤는데 남편은 아예 처음 들어본다고.

삼계탕 집이 유명할 게 뭐가 있어? 갸우뚱 거리며 들어간 남편은 진득한 국물 한 숟갈에 눈을 번쩍 떴다.

같이 나온 인삼주로 찬기 든 몸 속에 뜨끈한 열기를 불어 넣는다. 살짝 올라온 취기가 가시기 전에 보글보글 끓는 뚝배기 속 닭 살을 뜯어 입에 넣는다. 소금 후추를 찍지 않아도 인삼향 나는 야들한 살코기가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간다.

찹쌀 죽을 싹싹 긁어 먹고 껍질째 들어간 밤을 이로 다 파먹고 나서야 우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토속촌 삼계탕 중정에 거대한 난로가 있었는데, 남편은 나를 자꾸 거기로 들이 밀었다. “여보, 여기 따뜻해. 여기 서 있어! 여기가 정말 따뜻해”

나는 이미 운동 후 뻠삥된 근육과 뜨끈한 삼계탕 한 뚝배기로 몸에 열이 폴폴 올라오고 있는 지라 “난 괜찮아~ 안 추워~” 하고 밖으로 나갔지만, 그 난로 앞에 서서 내가 서 있을 자리를 지키며 나를 불러 내던 남편의 몸짓과 말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져서 혼자 또 허공을 보며 웃었다.

괜히 몽글몽글해진 마음에 집으로 바로 들어가기 싫어서 익선동으로.

늘 지나만 가봤던 청수당 카페에 들어가봤다. 멋진 비주얼은 정말 킹정. 왠지 이런 멋집 가면 데이트 느낌 사악 올라올까 싶어서 갔는데 그렇지 않더라.

더이상 껍데기만 멀쩡한 비주얼은 8년차 부부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

불편한 의자와 오랜 기다림, 맛은 좋았으나 맛보다 더 비싸게 느껴지는 가격. 지난 번 익선동 데이트에도 느꼈지만,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우리 부부의 데이트 감성은 더 이상 힙한 번화가에 있지 않구나…

서울 번화가,, 이제 난 졸업하련다~~